문창과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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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창과는 순문충 소굴답게 미문에만 목매단다.

 

대표적인 오해인데 전혀 아니다. 교수별 학생별 견해차가 커서 이런 생각 갖더라도 개인 의견에 국한될 뿐 미문을 진리로 취급하진 않는다.

오히려 내가 아는 교수는 끝내주는 문장이 떠올랐더라도 오히려 그걸 써먹지 말고 빼라고 했는데 그런 용기가 좋은 글을 만들어낸다고 하셨다.

문장은 문장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닌 작품의 맥락 안에서 적절히 녹아들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혼자서 튀는 문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보통은 문장의 전체적인 배열과 질서에 흥미를 두지 개별 문장의 미학적 가치만을 따져서 글 전체를 평가하는 경우는 없다.

 

2. 따로 문장 훈련을 시키는가?

 

이건 학교별로 달라서 확신을 할 수는 없다만 그러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다만 학교 생활이 곧 창작이기 때문에 문장 훈련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다. 

내 문장 수준이 학우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망신당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공부해야겠지. 

필사, 낭독, 문장이론 연구 등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수업에서 가끔 문장론 이야기 나와도 직접적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진 않았다. 알아서 하도록 방향만 유도하는 편이었다.

 

3. 문창과 나와봐야 웹소 쓰는 데 도움 하나도 안 되지 않나?

 

사실 크게 도움 안 되는 건 맞다. 

다만 소설의 기본 구성을 배우는데 아예 도움이 안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필요조건은 될 수 없지만 충분조건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본다.

주제, 구성(인물, 사건, 배경), 문체, 시점, 플롯 등 오랫동안 이어져 온 소설 이론에 대해 아는 거하고

모르는 거하고는 소설 인식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같은 작품을 읽어도 배운 사람이 더 깊게 분석할 수 있고 안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걸 꼭 문창과에서 배울 필요는 없다. 책으로든 강의로든 외부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단지 내 작품이 어떤 구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지 박사 학위 이상의 전문가의 시선에서 교정 받는 건 

소설 자체로 보면 의미있는 일이지만 웹소설을 지향한다면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문단소설과 웹소설은 서로 다른 필드니까 원하는 필드의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맞겠지. 

 

4. 문창과에서는 웹소설이나 장르소설을 얼마나 낮게 보는가?

 

겉으로는 생각만큼 깔보지 않았다. 아예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하는 분위기다. 

거기에 과 자체에 은근히 자조적인 분위기가 깔려 있어서 특유의 콧대같은 것도 난 못느꼈다. 

그래도 속으로는 썩 좋게는 안 보는 듯 보인다. 합평에 그런 작품 나오면 어조가 썩 좋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5. 문창과 나오면 다 글 잘 쓰나?

 

정상적인 커리큘럼을 밟았다면 잘 쓴 글은 몰라도 못 쓴 글은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것도 학교마다 편차가 클 거다. 문창과가 개설된 학교는 명문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잘 쓴다의 기준도 잘 생각해야 하는데 상업적 가치에 기준을 둔다면 문창과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다. 

텍스트의 범위는 우리 생각보다 넓어서 하나를 잘 한다고 다른 분야까지 다 잘하라는 법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문창과에서 지향하는 글쓰기는 웹소설의 글쓰기하고는 별로 상관없는 영역이다.

 

 

번외. 문창과에서는 생각보다 가르치는 게 많다.

 

각종 소설 문예이론, 창작론 말고도 

시, 희곡, 동화는 물론이고 드라마각본, 시나리오, 방송대본 등 텍스트로 문화적인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배운다. 

 

시나 소설 희곡을 제외하면 그 깊이는 얕은 편이지만 

드라마나 시나리오 수업은 웹소설이나 장르소설 쓰려는 사람에 한정하면 문창과에서 가장 의미있는 수업이다.

드라마 이론에서 제시되는 이상적인 캐릭터나 플롯 구성 상당수가 웹소설이 지향하는 지점과 유사했다.

문창과를 나왔어도 이쪽 계열 수업을 들었다면 웹소설 쪽에 좀 더 쉽게 적응하지 않을까.

웹소설 지망생에게 문창과 커리큘럼은 필요없지만 드라마나 시나리오는 관심 둬서 손해볼 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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