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3막 구조

    아주 먼 옛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어요. 이야기엔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다고! 바로 『시학』에서 말입니다. 이 구조는 현대에서도 널리 쓰이는데요. 영화도 내용을 3등분으로 나눈  ‘3막 구조’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구성단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쉬우실 텐데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이야기의 흐름이 처음에는 인물의 성격이나 배경을 보여주며 천천히 시작하다가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고조된다는 사실을 우린 너무 자연스럽게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보여주는’ 매체인 영화도 반전을 위해 준비했던 힌트가 허무하게 들통 나지 않도록, 주인공에게 사건을 해결해야만 하는 동기가 주어지도록 이야기의 기본 구조에 따라 필요한 정보들을 곳곳에 숨겨둡니다.

    이는 관객이 내용을 전달받는 시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보가 어느 시점에 전달되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진행방향이 달라지고 관객의 집중력에도 큰 차이를 불러올 테니까요. 영화를 볼 때 위기에 처한 주인공에게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곤 하던 기억, 모두 있으시겠죠? (허허) 시기적절한 정보가 주어져야 관객이 주인공의 선택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도 처음-중간-끝이라는 세 구조에 따라 정보의 양과 시간을 고려하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영화의  3막 구조에 대해 알아 보아요.

     

    1. 아리스토 텔레스가 ‘3막 구조’를 만들었다? (O, X)

    정답은 X

    3막 구조는 시나리오 분석가 시드 필드가 만들었습니다. 이야기가 세 구조로 나눠진다는 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먼저 했지만 이를 영화에 적용시켜 시나리오의 구조를 만든 것은 시드 필드입니다. ‘그냥 개인이 만든 건데 그게 중요해?’라고 의문을 품으실 수도 있지만 3막 구조는 장편 영화 시나리오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작법이랍니다.

     

    2. ‘3막 구조’ 어떻게 쓰나?

    시드 필드의 『시나리오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장편 영화(120분 기준)를 기준으로 시작부터 30분까지를 1막, 이후 중심 사건이 일어나는 60분가량을 2막을 60분가량, 마지막 30분을 클라이맥스와 해결의 과정인 3막으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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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에 앞서 상황에 대한 기본 묘사를 다룹니다. 시대 및 장소 배경, 주인공의 성격, 상황 등을 보여줌으로써 사건이 터졌을 때 주인공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단계죠. 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다, 라는 암시를 하기도 합니다.

    보통 설정은 10분 안에, 사건은 30분 안에 일어나야 관객의 흥미를 이끌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속도감이 빠른 영화가 인기가 많다보니 사건이 벌어지는 시간이 점점 앞당겨 지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끝까지 간다>의 경우 ‘비리 경찰인 이선균이 엄마의 상을 치르던 도중 비리가 발각될 위기에 처해 음주 운전을 하며 경찰서로 향하던 중 사람을 친다’는 것이 설정이죠. 이 주인공의 족쇄는 민중의 지팡이여야 하는 경찰이 ‘비리를 저지르고, 음주 운전을 하는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죽였다’까지 순식간에 3가지나 되어 버립니다. 이 모든 것이 영화 시작 10분 내외에 벌어진 일입니다. 사건과 주인공 소개를 버무려가며 설명하는 형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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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일상을 덮친 사건으로 하여금 인물이 곤경에 빠진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제 주인공은 계속해서 일을 해결해 나갈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적대자의 등장은 주인공의 (사건 해결에 대한) 성취를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끝까지 간다>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캐릭터가 전형적인 적대자죠. 주인공은 2막이 끝날 때까지 적대자와의 관계 속에 몇 번의 위기를 거듭하며 극의 갈등 상황을 더욱 고조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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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말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입니다. 해결 직전에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클라이맥스가 등장하는데요. 이 부분은 지금까지 끌고 왔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주제를 전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증명이 이뤄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클라이맥스에서 주인공의 선택은 남들이 생각하는 흔한 선택일지라도 그 이유만은 뻔해서는 안 됩니다. 주인공이 A안과 B안을 두고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클라이맥스 부분이라면, 주인공이 A를 선택해도, B를 택해도 둘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를 관객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하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1막의 설정으로 돌아가 봅시다. 예를 들어 가족에게 버림을 받은 유년 시절의 상처에 늘 세상을 증오하며 살았던 주인공이 (A라는 사건 끝에) 클라이맥스에서 자신이 살려면 가족을 버려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립니다. 버림받은 주인공은 살면서 ‘다시는 버림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렵게 꾸린 가정을 통해 행복을 맛봤겠죠. 결코 놓칠 수 없는 행복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 모든 걸 포기해야만 그가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이제 주인공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버려졌다는 아픔 때문에 죽기보다 힘들었던 인물에겐 가족이 사라진다는 것이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이처럼 모든 이야기는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야 하며, 일관성 있는 하나의 주제를 전달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3막 구조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마쳤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시작 할 때는 정보 전달을 강조했는데 읽으면서 혹시 다른 기능을 눈치 채지 못하셨나요? 이 구조는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을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이 움직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죠. 그래서 관객은 주인공의 선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그 다음 내용을 예상해 나갈 수 있는 것이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바로 3막 구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글로만 설명해서 지루하셨다구요? 그렇다면 그림을 봐주세요.  큼직하게 봤던 세 덩어리를 조금 더 세분화해 볼 겸…사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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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면서(설정)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 새 예상치 못한 사건(계기적 사건)으로 파국에 치닫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결정을 내려야 하죠. 사느냐 죽느냐!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구성점 1이 인물이 결정을 내리는 부분입니다. 당연히 영화 속 인물은 GO!를 선택하겠죠. 그래야 영화가 계속 이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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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글쎄, 최선일 것 같았던 주인공의 선택은 상상치도 못했던 더 큰 시련을 안겨 줍니다.(피치1) 그렇게 크고 작은 선택과 실천, 좌절을 반복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해당 영화의 가장 크고 중심적인 갈등이 일어납니다.(미드포인트) 주인공은 일생일대의 수렁에 빠지죠! 피치1때의 시련은 비할 바가 안 됩니다.(피치2) 선택의 기로에 놓인 주인공, 계속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구성점2)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연히 영화가 시작했으니까, 주인공이니까 계속 가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인물을 설정하고 그가 계속 움직이기로 결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와 타당한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작가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물이 생길 테니까요. 작가가 전하려는 주제 의식을 꼭두각시처럼 전달하는 로봇이 아닌 살아있는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시나리오 작가와 연출가가 해야 할 중요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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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꽃, 클라이맥스! 앞서 말씀 드렸듯 클라이맥스는 곧, 주제의 증명입니다. 영화 속 많은 인물이 처음엔 결핍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나중엔 변화,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1,2막에서 벌어진 숱한 고난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간 인물만이 변화를 보여줄 수 있고, 그 모습을 통해 해결의 지점에도 이를 수 있지 않을까요.

     

    3. ‘3막 구조’ 어떻게 분석하나?

    마지막은 제가 수업시간에 영화를 보며 분석했던 3막 구조의 예시입니다. 구조를 알고 있으면 ‘오 사건 터졌다, 그럼 이제 주인공이 결심을 하겠네’처럼 다음 내용을 보다 쉽게 예상하면서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영화를 깊이 있게 보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답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눈물 꽤나 훔쳤던 <토이스토리 3>

     <1막>

    설정 : 다 커버린 앤디가 더 이상 장난감들과 놀아주지 않음

    계기적 사건 : 앤디 엄마의 실수로 우디와 장난감들이 탁아소에 맡겨짐

    구성점1 : 우디는 주인 앤디에게 돌아가기 위해 홀로 탁아소를 탈출함

    <2막>

    피치 1 : 장난감 세계의 음모를 알게 된 우디의 친구들이 탁아소에 감금되고, 우디는 보니의 집으로 가게 됨

    미드포인트 : 랏소의 정체를 알게 된 우디가 탁아소로 돌아와 친구들을 구해 탈출하지만 랏소에게 들키고 맘

    피치 2 : 우디가 랏소에 의해 쓰레기 화물 처리장으로 끌려 들어감

    구성점 2 : 불구덩이에 녹아 죽을 위기에서 겨우 벗어난 후, 주인 앤디에게 돌아가기로 함

    <3막>

    클라이맥스 : 앤디의 집으로 돌아옴

    해결 : 앤디가 우디 일행을 보니에게 기증하여 새 주인을 만남

    글을 마치며,

    3막 구조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쓰는 사람이 더 쉽게, 보는 사람이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이렇게 썼더니 더 재밌더라,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더라, 몰입감이 높더라! 입니다.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고 틀린 답이라는 법은 없으니까, 이 구조를 갖추지 않았다고 재미없는 영화, 잘 못쓴 시나리오! 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을 겁니다. 구조는 이야기의 본질이 아닌 하나의 제안이자 틀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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