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쓸 때 힘줄 필요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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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쓸 때 힘줄 필요 하나도 없다.

 

너의 글에 개성을 부여하는 건, 필력이 아니라 플롯이다.

 

물론 필력만으로 개성이 부여되는 작가가 있긴 함.

 

특유의 은유법, 문장, 신박한 표현. 아니면 전투 장면 묘사.

 

 

하지만 그게 너, 나, 우리에게는 그리 인연이 닿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니가 필력을 담아냈다고 생각하는 문장은, 쓸 데 없이 무겁기만 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보자.

 

 

1.

 

아침에 눈을 뜨니 다소 이른 새벽이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먼저 개어 장롱에 넣었다.

그저 단순한 행동이라 할 수 있지만,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이 일련의 과정은, 나에게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과도 같다.

 

"후으으읍!"

 

기지개를 피는 동시에 나지막하게 빠져나오는 한숨.

나는 개운해진 몸과 함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2.

 

다소 이른 새벽,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었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행동.

 

"후으으읍!"

 

나는 가볍게 기지개를 피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대충 쓰긴 했지만, 1번과 2번 문장에 차이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1번은 쓸 데 없는 장면묘사가 많이 들어가고, 쓸 데 없이 늘어진다.

 

만약 이 장면이 중요한 장면이라면 1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사전에 충분히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던가, 연관된 설정이 깔려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십중팔구는 쓸모없는 장면이다.

 

그럼 독자들은 여기서 몰입감이 흐트러지게 된다.

 

여태동안 니 글을 재밌게 읽다가, '어...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거임.

 

자전거로 치면, 여태 아스팔트 포장길을 잘 가다 갑자기 비포장 도로가 나온 느낌이다.

 

깔끔하지 않고 울퉁불퉁거리고, 짧게 가도 되는 길을 구부정하게 돌아서 가거든.

 

 

뭔가 있나? 싶어서 계속 읽었는데, 결국 아무것도 없는 내용임.

 

이러면 짜증이 나는 거야. 만약 여기서 이번 화가 끝난다?

 

그럼 댓글에 '이번 화는 내용이 없네요' 가 달리는 거다.

 

 

옛날에 기성 작가들에게 조언을 들었을 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웹소설은 퇴고를 할수록 글이 가벼워져야 한다고.

 

날림으로 쓴 초고에 살을 붙일 땐 몰라도, 글을 다듬는 과정에선 덧붙이는 것보다 깎아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럼 글이 너무 가벼워지는 거 아니냐고?

 

다시 말하지만, 너의 글에 개성을 부여하는 건 문장이 아니라 플롯이다.

 

 

머릿속에서 떠올릴 때는 흥미롭지만, 막상 글로 옮겨내긴 힘든 소재를, 가벼운 문장으로 쉽게 풀어내는 것.

 

개인적으로는 이게 흔히 말하는 필력의 정의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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