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을 안고 들어간 기다무였지만, 망한 것 같네요.

반응형

기대감을 안고 들어간 기다무였지만, 망한 것 같네요.

 

파이가 커진 시장이다.

쓰면 벌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런 말이 많아졌지만 파이가 커진 만큼 못 버는 그룹의 크기도 더 커졌습니다.

 

제가 그 경우에 해당합니다.

출판시장이 내리막길에 치달은 6년 전, 처음으로 시장에 진입했습니다. 선인세 300. 처음으로 만져보는 큰 돈이었습니다. 책 유통업체에서 종일 책 밴딩하며 받는 월급이 190이었는데, 300이라니. 세상이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공장을 그만두고 쓴 첫 소설. 그리고 6권 조기종결. 4권 인세는 70만원이었고 5권은 32만. 6권은 18만원이었습니다.

 

시원하게 말아먹었죠. 근데 사람이 참 간사한게, 그전까지 몸 굴리는 일 하다가 책상 머리에 앉아서 글만 두드리면 되는 일을 하니 몸쓰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집니다. 

밴딩, 족장, 택배 상차 그리고 개미인력에서 여기저기 팔려다니기. 제 기준에선 육체노동 >>>>>> 정신적 스트레스 였습니다. 글에 대한 압박이 아무리 심하다고 한들 하다가 죽을 것 같은 족장보다야 낫거든요. 막말로 장르소설은 쉽고요. 쉼표 하나 오전에 찍었다 오후에 쉼표 하나 빼며 만족했다는 어떤 대문호와 다르게 글을 찍어낸다는 걸 장르판에 뛰어든 작가는 다 알겁니다.

 

그리소 시작된 편당 과금의 세계. 노블레스의 호황. 

출판사를 끼고 들어가는 게 아닌 플렛폼과 계약하는 시대가 왔고, 전 노블레스로 갔습니다. 찍어내듯 하루 두 편씩 계속 썼습니다. 상위권에 잘 나가시는 작가분들이 하루 한 편, 어떨때는 이틀에 하나 쓸 때 기계처럼 썻습니다. 그 결과 월 1200을 찍었습니다. 다음 달에 900이었다가 다시 1000. 당시 3개월 후 정산이었던 터라 조마조마하며 기다렸고 통장에 돈 찍히는 순간 넋을 놓았습니다.

 

천만단위가 3개월 지속되니 이게 계속 갈것 같더군요. 예상대로 어느정도 갑니다. 쓰고 또 씁니다. 그렇게 500화 정도로 완결. 대출금 상환하고 이것저것 쓰다보니 통장에 3000이 남습니다. 

 

여유롭죠. 진짜 여유롭죠. 승리 방식을 찾아낸 듯한 기분이 듭니다. 기계처럼 찍어내면 또 될것 같습니다. 한 달 놀았습니다. 그리고 재연재를 다시 노블에서 했죠. 이번에도 800을 찍었습니다. 600에서 800선을 계속 유지하며 6개월 간의 연재를 또 종료했습니다. 

 

동년배들하고 술자리를 갖으면 온갖 얘기를 듣게 됩니다. 그와중에 월급 얘기 나오면 서로 민감해지죠. 솔직히 전 애들 새벽 같이 일어나서 야근까지하며 받는 돈이 300, 400이란 것에 코웃음이 나왔습니다. 전 넉넉히 잡아 4~5시간. 그것도 내가 쓰고 싶을 때 쓰다가 플스 좀 하고 당구 좀 치다가 들어와서 또 쓰면 돈 수백 우습게 가져가니까요. 직장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고, 교통비이 같이 직장생활을 하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없고. 종소세 신고 할때 그 비용처리 때문에 좀 짜증나긴 하지만 어쨌든 동년배들 죽어라 고생하며 벌때 전 배짱이처럼 버니까 마냥 싱글벙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다시 노블레스. 예전처럼 1000단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아라에서만 400~500이 고정적으로 나왔습니다. 외부업체로 나간 e북에서도 추가 수익이 들어오고요. 다시 1년. 대기업 부럽지 연봉에 여유로운 삶. 

 

그리고 네번쨰. 

말아먹었습니다. 두편씩 자정에 칼같이 맞춰 올리지만 순위는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쿠폰에 따라 상화잉 좀 다르긴 했지만 평균을 내보면 대략 100~200만. 수익이 반병신이 됐습니다. 아니, 노동시간 대비 수익으로 따지면 말도 안되게 챙기는 것이긴 합니다. 근데 천만 단위에서, 못해보 600~700에서 놀던 수익이 100단위로 떨어지는 걸 보니 참...

 

그래서 문피아로 갔습니다. 편당과금. 네. 안됩니다. 연타석 홈런은 그저 행운이었다는 듯이 벌이가 썩 시원치 않습니다. 먹고 살만은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깝깝해지죠. 이바닥으로 기어들어 자판만 두드리던 사이에 전 할 줄 아는 게 없는 반병신이 된거니까요. 예전에 하던 막노동은 죽어도 못할 것 같고, 그렇다고 다른 일을 구하자니 나이와 학벌이 태산 같은 장벽이 됏고. 족쇄가 채워진 겁니다. 

 

평작도 못되는 글로 문피아에서 두 번 완결을 쳤습니다. 괜찮은 수익이었던 e북은 이제 3개월 정산에 5만원, 10만원이 됐습니다. 다 합치면 그래도 60~70은 됩니다. 네. 비루하게 연명할 최소한의 돈이 들어오긴 하죠.

 

그리고 이번. 기다무를 들어갔습니다. 문피아를 끼고는 못 들어간다기에 연재도 안 하고 분량을 모았습니다. 벌이가 시원찮은 허접한 작가는 매니지 팀장이 보낸 카톡, 힘내서 쓰세요만 믿고 죽어라 쓰는 겁니다. 쓰면서 카카오 페이지를 켭니다. 기다무 란을 봅니다. 구독자수 십만, 이십만. 상상도 못할 숫자들. 그와중에 백만을 넘는 초대박 작가들.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니, 못해도 몇 천은 벌 거라 생각했습니다. 파이가 크니까. 적당히 쓴 글이면 저 큰 파이에 업혀 잘 벌 수 있을 테니까.

 

저번달 정산을 받았습니다. 푸시를 받았지만 수익은 290만에 그쳤습니다. 문피아와 다르게 충성독자층이 얇아 다음달 수익은 아마 반토막이 날것 같네요. 

 

네. 먹고 살만 합니다.

근데 뽕맛을 한 번 본 작가들은,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본 사람은 이 금액이 깝깝하기만 할 겁니다.

 

전 또 다음 글을 준비합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것 뿐이니까요.

 

건승하십시오.

돈 많이 버십시오.

벌 수 있을 때 최대한 버십시오.

 

다들 부자되길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