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무협용어 15. 중국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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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흔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검의 형태 한검漢劍.

 

오늘은 중국의 검에 대해서 알아볼 거임.

 

흔히 무협에 나오는 검을 이르는 명칭은 청강검이니 송문고검이니 여러개가 있음. 이걸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1. 춘추전국 시대의 검

중국의 역사 속에서 제일 먼저 등장한 건 아무래도 다루기 쉬운 청동검이었음.

 

비파형 동검 같은 초기 동검에서 시작해서 춘추전국시대에는 아주 고품질의 청동검까지 나타남.

 

그 예가 바로 월왕구천검임.

 

 

청동이 원래 잘 안녹스는 것도 포함해서, 무덤이 밀폐가 잘 되어있던 덕분에 아직도 날이 생생히 살아있음.

 

와신삼당의 주인공중 한명인 월나라 왕 구천이 쓰기 위해 만든 검임.

 

제작자는 모르지만, 전설의 명검인 간장, 막야를 만든 간장, 그리고 검의 시조라고 불리는 구야자와 같은 시대의 명장으로 추측됨.

개인적으로는 아마 구야자 혹은 구야자의 제자가 아닐까 생각됨. 혹은 기록에 따라 구천이 직접 만들었다는 설도 있음.

 

이시대의 명장은 크게 3명인데 구야자, 간장, 그리고 월왕구천검의 제작자임.

 

1) 구야자

구야자는 월나라의 명장이었음. 월나라는 현 절강성과 장소성인데, 지금도 중국의 도검 제작의 메카라고 불리는 용천이 절강성에 있음.

구야자도 용천에서 대장장이 일을 했다고 함.

덕분에 용천 대장장이들은 구야자를 검의 시조, 혹은 검주라고 부르면서 아직도 제사지내고 있음.

 

여튼 이 양반은 월왕 구천의 아버지 월왕 윤상의 밑에서 일했는데, 왕의 명령에 따라 5가지의 명검을 만들어 바침.

철기 제련 기술이 없던 건 아니었던 터라, 아마 대부분이 철검일 걸로 추측됨.

차례로 담로, 거궐, 승사, 어장, 순구인데, 담로나 어장이 제일 유명함. 일단 '어장'은 확실히 기억해두길 바람. 이따 설명 나옴.

이중 담로, 어장(+반영)은 월왕 윤상이 라이벌이지만 국력이 더 강한 오나라의 차기 후계자 희광(합려)에게 선물로 줬다고 함.

 

① 담로 

- 검푸른 빛을 띈다고 담로, 혹은 담로산에서 제련했다고 해서 담로라고 불림.

- 검푸른 빛을 띈다는 걸로 볼 때 철검에 가깝지 않았나 생각이 듬.

- 검신劍神의 도움을 받아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으며, 정의로운 왕만 쓸 수 있다는 전설이 있음.

- 오왕 합려의 검이었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초나라 소왕의 침실에 나타났다고 함. 위의 전설 때문인지 초소왕이 이걸 프로파간다로 잘 써먹었다고 함.

(아무래도 초 소왕이 무영신투급 도둑 고용해서 훔쳐오라고 하지 않았을까 싶음.)

 

② 거궐

- 매우 단단하고 예리한 날을 가져서 청동 그릇을 찔렀을 때 휘거나 구부러지지 않고 그대로 구멍이 뚫려 거궐이라고 불렀다고함.

- 단 재질이 매우 거칠고 연마가 안되어서 보검이라고 부르기 힘들다는 당시의 평이 있었음.(철 이상의 재질?)

 

③ 승사 : 딱히 내려져 오는 전설 없음.

 

④ 순구

- 순균이라고도 불림.

- 천년 적근산의 주석, 약아강의 구리로 구야자가 10년을 피토하며 만들었다는 검. 재료 때문에 당연히 청동검임.

- 구야자는 이 검을 만들고 지쳐서 죽었다고 함.

- 구천이 설촉이라는 인물을 불러서 자신의 검을 감정시켰는데 이 검이 최고의 명검이라고 평가했다고 함.

- 그래서 월왕 구천은 이걸 어디 주지 않고 평생 간직한 다음 무덤까지 가져갔다고함. 그래서 월왕구천검의 정체가 이거 아니냐는 소리도 있음.

 

⑤ 어장

- 오나라 공자 희광은 사촌동생 요한테 계승권이 밀렸고, 요가 오왕이 됨. 이를 뒤집기 위해 자객을 고용해 어장을 건네줌.

- 자객은 어장을 물고기 내장에 숨겨서 왕궁에 반입했고, 암살에 대비해 갑옷까지 입고 있던 오왕 요의 심장을 단번에 찔러서 죽임.

- 어장은 암살에 쓰여 왕을 죽였다는 죄를 지었기에 명검의 기운을 잃고 평범한 검이 되었다고 함.

- 물고기 내장 속에 들어갈 정도면 단검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있음.

- 여튼 희광은 요가 죽은뒤 왕위에 오르고 스스로를 합려라고 부름. 그래놓고 자기한테 칼 선물해준 월왕 윤상이 죽자 바로 월나라를 쳐들어갔다가 뒤를 이은 월왕 구천에게 본인도 전사함.(자세한건 와신상담의 고사를 참조하길.)

- 어장의 원래 이름은 연운, 즉 구름무늬가 특징인 검이었다고 함. 검에 구름무늬? 하면 떠오르는게 있음.

다마스쿠스 강으로 널리 알려진 패턴웰디드 공법으로 만들어지면 이렇게 구름무늬가 생김.

- 이게 여러 종류의 쇠를 접쇠방식으로 단조하면 쇠가 섞이면서 나타나는 무늬인데, 어장도 이런 식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추측이 됨.

- 이거 잘 기억해두길 바람.

 

2) 간장

① 오나라 버전(오월춘추, 월전서 -> 역사적 기록)

- 월나라에서 명검이 계속 나오자 열받은 오나라 왕 합려는 자기 나라 대장장이들을 갈굼.

- 그 중 간장은 구야자와 동문으로 대장장이 일을 배운 양반이었는데, 합려의 갈굼에 검을 만들어보지만 퀄리티가 안나옴.

- 간장은 철검이 전문이었는 지 철검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온도가 올라가지 않아 철이 녹지 않아서 절망하고 있었음.

- 그때 그의 아내 막야가 철에 손톱과 머리카락(음모라는 이야기도 있음)을 넣으니 철이 녹았다고 함. 혹은 막야가 몸을 던져 철을 녹였다는 전설도 있음.

간장은 간장과 막야 중 간장은 숨기고 막야만 바쳤다고 함.

 

② 초나라 버전(수신기 -> 전설 모음집)

- 초나라 왕에게 막야 검을 바쳤지만 기한이 지나서 간장이 죽게 됨.(간장이 만든 검을 다른 이가 쓰지 못하게 죽였다는 설도...)

- 막야는 간장 사후 그의 아들 적비를 낳았고, 적비는 간장이 숨겨놓은 간장 검을 찾아냄.

- 적비는 협객 한 명에게 원수를 대신 갚아달라며 목을 베어 죽었고, 협객은 간장을 들고 초왕을 죽여 원수를 갚았다고 함.

 

그 외에 구야자와 함께 용연, 태아, 공포라는 3개의 검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중 용연과 태아는 훗날 초한지의 항우가 썼다고 카더라.

 

 

이건 진나라 시기의 진시황이 썼다는 진왕검, 진왕녹로검, 혹은 배수검이라고 불리는 검임.

실제 진시황릉에서 나왔으며, 보관 상태가 좋아서 아직도 형태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함.

 

 

2. 한검漢劍

한나라 시대에 들어서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길다란 형태의 검이 등장함.

검날 장 105cm, 날길이 71cm., 날폭 3.6cm, 날두께 0.7cm, 손잡이 25cm,무게 1.4 kg라는 규격이 대충 정해짐.

아직도 중국인은 이런 형태의 검을 한검, 즉 한나라의 검이라고 부름. 한족의 검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초기검의 단면은 4각검으로 만들어졌으나 기술이 점점 발전하면서 6각, 8각으로 점차 진화했다고 함.

 

 

청나라 건륭제의 구룡보검. 9마리의 용이 조각되어 있다고 하며, 검의 날에 접쇠로 인한 무늬가 새의 깃털과 닮았다고 해서 정련우모강이라고 불렀다고 함.

참고로 건륭제는 명검 콜렉터로 고금을 가리지 않고 명검을 엄청나게 수집했다고 한다.

 

3. 청강검靑綱劍

그럼 흔히 무협에서 말하는 청강검은 무엇일까?

청강검의 뜻은 강철로 제련한 검으로 전통 접쇠 방식으로 단련해 10,000개 이상의 층을 접어 두드린 검이라고 함.

접쇠를 많이 할수록 검이 유연해지므로 연검처렁 낭창낭창하진 않아도 꽤 튼튼한 검이었으리라고 예상됨.

 

조조가 가진 명검이자 훗날 장판파에서 조자룡이 가져갔다는 검의 이름도 청강검임(한자가 좀 다르긴 하지만 같은 검이라고 함.)

삼국시대에는 절세의 명검이라고 불릴 정도의 검이었겠지만, 아마 후대로 내려오면서 강철을 접어 두드린 검의 통칭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됨.

즉, 한검 중에서 강철을 접쇠로 두드려 만든 검을 청강검이라고 부른다는 소리.

 

중국 용천에서 만든 180만원짜리 한검. 아마 청강검의 이미지는 이러하지 않았을까 생각됨. 칼받이(힐트)의 형태는 다양했을 거고.

 

 

4. 송문고검松紋古劍

무당파의 상징이자, 장문인의 신물이라는 송문고검.

요즘 무협에는 그냥 청강검의 상위호환으로 도교 문파의 고수라면 하나씩 들고 나오는 검이 되어버렸음.

송문고검은 검날에 소나무 문양이 그려진 오래된 검이라는 뜻임.

 

자, 여기서 '송문'에 주목해야함. 검에 무늬가 있다는건 위에서도 말했듯이 패턴웰티드 방식으로 단련된 검이라는 소리임.

근데 무당파 장문인의 신물이라고 불릴 정도면 평범한 접쇠 방식의 청강검은 아닐 거임. 

그렇다면, 패턴웰티드 방식의 다마스커스강이 아니라 진짜 다마스커스 강이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봄.

 

 

(현대에 만들어진 접쇠무늬 한검. 송문고검이 이런 이미지 아니었을까?)

 

인도의 진짜 다마스커스강인 우츠강이 유명해진 건 십자군 원정 때임. 대략 1290년 정도에 끝났음.

무당파는 역사적으로 원나라 후기에 세워졌다고 함. 참고로 장삼봉은 1333년생.

시간적 차이가 조금 있지만 고검, 즉 오래된 검이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면 대충 엇비슷하지 않음?

 

중국 무협에서 무당파의 신물이 송문고검이라고 하는 기록은 거의 없고, 대부분 한국 무협에서만 쓰이는 설정이긴 하지만, 나름 써볼만한 설정인 거 같음.

 

 

5. 태극검, 태극연검

보통 무협에서 태극검이라고 하면 무당파의 검법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 태극검은 그냥 검의 종류임.

 

중국 무술은 보통 태극권이라고 권법만 배우는게 아니라 창,도,곤,검 등 모든 무술을 다 배우는데, 태극권도 마찬가지임.

 

이 태극권의 검술을 배우고 쓸때 사용하는 검이 바로 태극검임.

 

한검, 청강검 등을 뭉뚱그려 보통 태극검이라고 부르는게 일반적인 명칭이 되었음.

 

당장 영미권에서 중국검을 부르는 명칭이 tai chi sword니까, 뭐. 그러니 앞으로 자료 조사하고 싶으면 타이치 소드라고 검색하는게 편할 거임.

 

조금 차이가 있다면 태극검이나 태극연검은 검날이 더 얇아서 낭창낭창 휘어지는게 특징이라고 함.

한검이나 청강검도 휘어짐에 강하지만 낭창낭창하다기 보다는 충격을 버틴다는 느낌으로 휘어지는 수준임.

 

사실 명검을 파고 들면 끝없이 많아지지만, 무협에서 쓰일만한 검만 추려보았음.

봉신연의나 선협에서 나오는 보패 수준의 검은 아예 빼버렸고,

보통 무협에서 삼국지 소재 나오면 몰입감 깨진다는 독자들이 많아서 삼국지 검도 빼버림(둘 다 나중에 기회되면 올려볼게)

 

여튼 오늘의 설명은 끄읕~

 

+ EBS 극한 직업에 나온 중국 용천 검장인들 다큐인데 관심있으면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음.

 

 

https://youtu.be/5HOG7H9PM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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