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무협용어 12. 하북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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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하!(팽가 하이라는 뜻)

 

오늘은 하북 팽가를 다룰 예정임.

 

일단 본격적인 설명에 들어가기 전에 하나 말하고 갈 점이 있음.

 

내가 무림세가 중 정말 안 좋아하는 설정이 3가지가 있음.

 

1. 산동악가

2. 하북팽가

3. 제갈세가 

 

위 세 가지는 솔직히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임. 산동악가는 제일 먼저 사라져야할 용어고, 하북팽가나 제갈세가는 수정만 한다면 뭐...

 

자세한 이야기는 각각 설명할 때 이야기로 하고 오늘은 내가 왜 하북 팽가를 싫어하는지 썰을 풀겠음.

 

 

중국 지도 좀 볼 줄 아는 사람이면 내가 위에 표시한 '팽가'의 위치가 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을 거임.

 

'어? 하북성이 아니라 산서성 아니면 하남성인데?'

 

자, 지금부터 하북 팽가 설정이 말도 안되는 이유를 세 가지 설명할게.

 

 

1. 역사 속의 팽씨

 

팽씨 성의 시조는 팽조라는 삼황오제 시절 800살이나 산 신선인데 요리의 창안자이자 방중술의 창안자로 유명한 양반임. 뭐 이건 큰 상관은 없고.

 

상나라가 망하고 하남성 은허 근처에 살던 팽씨 가문은 그 근방으로 흩어짐.

 

서쪽으로는 산서성과 감숙성, 남서쪽으로는 사천성, 남동쪽으로는 절강성, 동쪽으로는 산동, 남쪽으로는 호남성, 북쪽으로는 하남성.

 

즉,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음. 단, 하북성만 빼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수, 당대에 이르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하니 하북성에도 팽씨 성을 가징 사람들이 살긴 했을 거임.

 

 

자, 이게 중국의 팽씨 성 분포도임. 티벳을 제외하곤 하북성의 팽씨 성은 0.27%도 안되는 거의 0에 수렴하고 있음.

 

한나라 이후에 이미 황하 이북에서는 팽씨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는게 정설임.

 

하북 팽가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 소리인 줄 알겠지? 하북을 주름잡는 팽가라니! 이 얼마나 구라같은 소리니?

 

 

2. 하북성에 무가가 생기기 어려운 이유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하북성은 역사적으로 무가가 생기기 어려운 지역임.

 

송나라 때는 연운 16주로 요나라한테 그냥 뚝 떼어준 지역이라 한족은 못살던 곳이었음.

 

송이 망하고 원나라 들어서면서 북경에 수도가 들어서면서 원-명-청-그리고 현재까지 중국의 수도 지역이 되었음.

 

그런데 중국의 황제는 반란에 몹시 민감한 양반인지라 종교든, 무술이든, 어떤 집단이든 일정 세력 이상으로 커지는 걸 몹시 경계했음.

 

그런 황제가 과연 북경이 위치한 하북성에 무림 세력이 들어서는 걸 용납했을까? 그것도 지역을 호령하는 하북 팽가같은 무가를?

 

암만 생각해도 현실적으로 어려움.

 

물론 예외는 있음. 하북성의 텐진, 청저우 시는 팔극권의 고향으로 중국 북파 무술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임.

 

근데 이 팔극권이라는게 1762년, 즉 청나라 때나 되어서야 오종이란 인물이 창시하고 가르치는 무술임.

 

솔직히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국력을 가진 옹정제 때나 되니깐 봐준거고, 이미 총이 퍼질대로 퍼져서 무술인 그냥 빵야 하면 끝이니깐 북파 무술도 커질 수 있었음.

 

즉 보통 무협 소설의 배경이 되는 송-명 시대에는 하북성에 뚜렷한 무가가 없었다는게 내 추측임.

 

 

3. 오호단문도

 

팽가의 전통 무공이라고 하는 오호단문도. 실제로 존재하는 무공이라고 하고 검색하면 수련 영상도 나오는 도법임.

홍가 오호단문도, 소림 오호단문도, 태극 오호단문도 여러 문파에서 수련하고 있음.

 

근데 이것도 살짝 파고 들면 미심쩍은게 너무 많다.

 

일단 꺼무위키를 보면 소림팔법 중에 하나라고들 하는데, 막상 소림 무공 목록을 보면

 

오호권, 오호군양권, 오호군양도가 있지 오호단문도는 없음. 파생이 된 건지, 착각한 건지는 몰라도 소림 무술이라고 보기엔 애매함.

 

무협 소설에서 처음으로 오호단문도가 나온건 김용 선생의 천룡팔부임.

 

문제는 여기서 팽가는 등장도 안하고 운주 진가채의 무공으로 나옴. 참고로 운주는 산서성임.

 

이렇게 산서성 운주 진가채의 가문무공으로 나오던 오호단문도가 팽가와 연관되는 건 김용이 아니라 고룡의 <<검현록>>임.

(이거 대필 의혹 있던데 잘 모르겠다.)

 

고룡의 검현록에서는 원말명초 시기에 하남성 낙양의 '팽'씨가문에게 오호단문도가 전해져서 일대를 평정했다고 함. 이번에도 하북성은 아님.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용의 <<녹정기>>에서 오호단문도가 나오는데 여기선 무공이 아니라 문파의 이름으로 나옴.

 

어쨌든 오호단문도는 하북과는 전혀 상관 없는 산서, 혹은 하남의 무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음.

 

 

결론

1. 팽씨는 하북에 거의 살지 않는다.

2. 수도 베이징이 있는 하북성에서는 일대의 패자나 다름 없는 무림세가가 세워지기 힘들다.

(만약, 황실에 딸랑거린다는 설정이면 아주 약한 세력이나마 생길 가능성이 있긴 하겠다.)

3. 오호단문도라는 출처가 미심쩍은 무공은 산서, 혹은 하남이 원류고 하북과는 상관이 없다.

 

즉, 하북 팽가는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이말임.

 

아무래도 고룡 소설을 읽은 구무협 작가들이 하남 팽가를 착각해서 하북으로 만든 것 같음. 

아니면 하남에 있는 소림사랑 지역 겹치는걸 피해서 하북으로 잡았을 수도 있고.

 

여튼 이미 한국 무협에서는 클리셰로 잡은 하북 팽가지만, 그 명칭에는 근-본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가자.

 

오늘의 설명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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